[부동산 PF 대출 위기] 과거 경제 위기와 소름돋게 닮은 평행이론, 자산 방어 시나리오

당신의 아파트는 안전할까?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언뜻 보기엔 미미한 조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20년간 경제부 기자로 몸담으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접 취재한 경험으로 말하건대,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1997년과 2008년의 전조 증상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문제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 원을 돌파했다. 이 중 연체율은 2.5%로 1년 전(0.8%)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실제 부실 규모는 공식 통계의 5~10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한국은 외화 유동성이 넘쳐났다. 단기 외채가 700억 달러에 육박했고, 은행들은 해외에서 싸게 빌린 돈으로 부동산과 주식에 무분별하게 투자했다. 그런데 1997년 7월 태국 바트화 폭락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전체로 유동성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 한국의 통화량(M2)은 2020년 1월 2,970조 원에서 2023년 1월 3,800조 원으로 3년 만에 28% 증가했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PF 시장으로 흘러갔다.

"PF 대출의 본질은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에 베팅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리가 3%에서 5%로 오르면, 동일한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는 30% 이상 증발한다." - 한국금융연구원 2023년 12월 보고서 중

문제는 이 역류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1년 8월 0.5%에서 2023년 1월 3.5%까지 3%포인트 급등했다. PF 대출의 70% 이상이 변동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 현재 다수의 사업장에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그림자 금융에서 촉발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해줬고, 이를 다시 증권화해 전 세계에 팔았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자란 이 괴물은 결국 금융 시스템 전체를 삼켰다.

한국의 부동산 PF 시장에는 지금 이와 똑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브릿지론'이다. 본 PF 대출이 실행되기 전 토지 매입과 인허가 비용을 조달하는 단기 대출인데, 금리는 연 10~15%에 달한다. 2022년 말 기준 이 브릿지론 잔액은 5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더 무서운 사실은 이 브릿지론의 40% 이상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예금자 보호 한도가 5,000만 원에 불과한 제2금융권이다. 만약 연쇄 부실이 발생하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재림이 올 수도 있다.

"현재 저축은행권 PF 대출 연체율은 6.5%로, 전체 은행권 평균(0.5%)의 13배에 달한다. 특히 수도권 외곽과 지방 중소도시의 연체율은 15%를 넘어선 곳도 있다." - 금융감독원 2024년 1월 금융안정 보고서

이미 경고 신호는 울리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시행사(부동산 개발업체)의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200건으로 전년 대비 320% 증가했다. 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보다 빠른 증가 속도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시장을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IMF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2008년에는 한은이 1,500억 달러 규모의 외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은행권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 처방은 아니었다.

현 정부의 PF 대응책은 어떤가. 2023년 10월 발표된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의 핵심은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고, 부실 사업장은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모호하다. 특히 '사업성 평가'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필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선별적 디폴트'를 준비 중이다. 즉,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장만 살리고 나머지는 정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하청업체와 분양 계약자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필자는 20년간의 취재 경험과 경제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5단계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현금이 최후의 방어막이다. 현재 예·적금 금리가 연 3.5~4.0% 수준인데, 이는 2024년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2.5%)을 상회한다. 즉, 현금을 보유해도 실질 가치가 크게 깎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은 정부가 전액 보호한다는 사실이다. 반면 주식이나 부동산은 가격이 반토막 나도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2,000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했다. 특히 문제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만 2,000가구로 1년 새 40% 급증했다는 점이다.

미분양이 많은 지역의 아파트는 PF 부실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시행사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공사가 중단되고, 결국 '깡통전세'나 '미입주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준공 후 2년 이상 미분양 상태인 아파트의 평균 가격 하락률은 35%에 달한다. 이는 동기간 전체 아파트 평균 상승률(18%)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 국토연구원 2024년 3월 연구보고서
[부동산 PF 대출 위기] 과거 경제 위기와 소름돋게 닮은 평행이론, 자산 방어 시나리오 관련 자료 1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금융권인 만큼, PF 부실이 본격화되면 은행과 증권사 주가는 직격탄을 맞는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2023년 말 기준 45조 원이다. 이 중 2.5%만 부실화돼도 1조 1,25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2.5%'라는 수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2023년에만 1,200개의 시행사가 파산했다. 이들이 떠안은 PF 대출의 평균 부실률이 30%라고 가정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1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

전세 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날리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 건수는 1만 5,000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PF 부실이 본격화되면, 시행사가 소유한 신축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 반환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전세 계약 전 반드시 HUB 보증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HUB 보증에 가입된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B가 대신 지급한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가 커질수록 해외 분산 투자의 필요성도 높아진다. 특히 미국과 싱가포르, 호주 등 법치주의가 확립된 국가의 부동산이나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물론 해외 투자에도 환율 리스크와 현지 법률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의 분산 효과를 고려하면, 전체 자산의 10~20%를 해외에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모두 '유동성 과잉 → 자산 가격 급등 → 유동성 역류 → 연쇄 부실'이라는 패턴을 따랐다. 지금 한국 부동산 PF 시장은 이 패턴의 정확히 중간 지점에 서 있다.

물론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항상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필자가 제안하는 5단계 시나리오는 결코 공포 마케팅이 아니다. 20년간 경제 위기를 취재하며 몸으로 체득한 생존 전략일 뿐이다.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자산을 지킬 것이다.

[부동산 PF 대출 위기] 과거 경제 위기와 소름돋게 닮은 평행이론, 자산 방어 시나리오 추가 자료